"형진이는 장애우들의 희망입니다.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형진이가 학부를 졸업하고 석박사 통합과정까지 들어간 것은 기적입니다. 무슨 일을 해서라도 연세대에 보답하고 싶습니다."
'연세대 호킹' 신형진 씨(30세)와 함께 내내 학교를 다녔던 어머니 이원옥 씨(67세)가 우리대학교에 6억원을 쾌척한다. 이 씨는 3월 4일 오전 10시 30분 총장실을 방문, 기금 약정서에 서명했다.
신형진 씨는 태어난 뒤 7개월 때부터 온몸의 근육이 마르는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아 왔다. 그는 2002학년도 정시 특별전형으로 우리대학교에 합격했다. 이후 과제를 제출하거나 시험 볼 때 안구 마우스를 사용하여 '연세대 호킹'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 이 씨는 한 학기 2~3개 과목을 듣는 아들을 데리고 거의 매일 학교에 다녔다. 이 씨는 학교에서 이용할 휠체어와 가방을 넣기 위해 승용차를 9인승 승합차로 바꿔 아침마다 서울 개포동 집에서 아들 신 씨를 학교까지 통학시켰다. 이런 공로로 이 씨는 지난 2011년 2월 우리대학교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이 씨는 "아들을 통학시키면서 10년 동안 백양로를 거닐었다. 계절에 따른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면서 "백양로 재창조 사업에 기꺼이 동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백양로 재창조 사업기금 1억원 이외에도 2015년까지 5억원을 컴퓨터과학과 발전기금으로 낼 예정이다. 그는 "형진이를 데리고 학교에 다니면서 컴퓨터과학과 학생들이 실습실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학생들이 고민 없이 학습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번에 내는 기금이 잘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씨는 "몸 상태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부를 졸업한 형진이는 장애우들에게 희망이다. 그리고 학교의 배려가 없었다면 형진이가 졸업할 수 없었을 거다"라며 학교의 장애우 배려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형진이의 희망이 전달됐을까. 척추성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한혁규 학생(사회학과)과 고은준 학생이 연세대 2013학번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특히 고은준 학생은 '제2의 신형진'이라 할 정도로 공통점이 많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형진이와 함께 치료를 받아 왔으며 전공 역시 컴퓨터과학이다.
-연세투데이 제5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