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인 `바이오베터(Biobetter)` 개발은 우리가 선도합니다."
국내 기업들이 바이오신약 개량제품인 바이오베터 개발에 속속 나선 가운데 모교 생화학과 출신 3인방이 바이오베터 개발을 주도하고 있어 화제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이사(73학번), 성영철 제넥신 대표이사(77학번), 권세창 한미약품 상무(82학번)가 주인공이다.
바이오 의약품은 대부분 주사를 통해 몸속에 주입되는데 몸속에서 효소에 의해 분해되거나 신장에서 걸러져 몸 밖으로 배출되기 쉽다. 몸속에 들어간 약효물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2분밖에 걸리지 않는 사례도 있다. 약효가 짧으면 하루에 한 번 혹은 두 번씩 주사를 맞기도 한다. 따라서 바이오 의약품 약효를 더 높이거나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바이오베터를 개발하는 게 전 세계 제약ㆍ생명과학 기업들의 관심사다.
즉 바이오베터는 단순히 바이오신약을 복제한 바이오시밀러보다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바이오 의약품 약효를 높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사용된다. 하나는 호르몬ㆍ항체 등 약효물질을 싼 캡슐(마이크로 파티클)을 피하지방에 주사해 약물이 서서히 나오도록(서방출형) 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은 약효물질에 추가로 단백질 등을 붙여 신장을 통해 배출되지 않도록 해 몸속에 오랫동안 머물도록 하는 것이다. 모교 생화학과 출신 3인방은 이 방식의 바이오베터를 개발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몸속에 존재하는 단백질 `알파-1 항트립신(A1AT)`을 개량해 `넥스피(NexP)`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단백질의 엔(N)과 시(c) 말단 가운데 적당한 곳에 넥스피를 붙일 수 있어 오래 지속되면서 약효가 좋은 약효물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테오젠은 현재 CJ제일제당과 성장 호르몬에 넥스피를 적용하기 위한 동물실험에 착수했다. 내년에는 당뇨병 치료제와 호중구 성장인자에 대한 동물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넥스피는 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정혜신 박사가 개발한 원천기술이다. 정 교수 역시 모교 생화학과 76학번으로 박 대표의 부인이다.
LG생명과학 출신인 박 대표는 LG 근무 당시 국내 최초로 바이오 의약품을 국산화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적은 비용으로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려면 결국은 머리싸움에서 이겨야 하는데 바이오베터가 바로 이 분야"라고 말했다.
제넥신은 `항체 융합 단백질 제조기술`이라는 지속형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제넥신은 녹십자와 공동으로 이 기술을 적용한 빈혈치료제(EPO) 개발을 위해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또 인성장호르몬ㆍ당뇨병 치료제ㆍ항암보조제 등에 대해서는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 이 기술은 항체가 약 20일 동안 혈액 속에 존재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하기 때문에 안정성과 활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항체 아래쪽 절반(FC부문)에 원하는 약효물질(단백질)을 갖다붙이는 원리다.
제넥신의 연구 주역은 포항공대 교수이며 최고경영자(CEO)를 겸하고 있는 성영철 박사다.
성영철 대표는 "항체 융합기술을 이용한 기술로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블록버스터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것이 한국 바이오산업을 활성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보유한 기반 기술은 `랩스커버리(LAPSCOVERY)`다. 이는 대장균 발효를 통해 생산한 운반체(캐리어)를 바이오 의약품에 화학적으로 결합시켜 신장을 통해 몸 밖으로 잘 배출되지 않게 하고 혈관 내피세포에 분해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랩스커버리 개발의 주역은 권세창 상무(한미약품 연구소 부소장). 권 상무는 한미약품의 바이오 의약품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하루 두 번 맞는 당뇨병 치료 바이오 의약품을 월 1회 투여할 수 있는 바이오베터에 대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