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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명에 얼굴 찾아준 老교수의 아름다운 은퇴
등록일: 2011-09-01  |  조회수: 7,114

"수술하는 의사는 손이 움직이는 동안 은퇴는 없습니다. 37년 동안 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어린이들을 돌볼 겁니다."

31일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박병윤(65) 교수는 퇴임식에서 "교수직에서 물러나는 것일 뿐 의사로서 일과 봉사는 계속하겠다"고 했다. "퇴직은 하지만 의사직에서 은퇴하지는 않는다"면서 노(老)교수는 시원하게 웃었다.

박 교수는 구순구개열(속칭 언청이) 수술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입술이나 입천장 조직이 갈라진 채 태어나는 구순구개열은 아시아계 민족에게서 주로 나타나며 약 1000명당 1명꼴이다. 이제는 대부분 어릴 때 치료를 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찾기 어려워졌다.
1966년 연세대 의과대학에 입학한 박 교수는 레지던트 시절인 1974년부터 구순구개열 어린이들을 위한 무료 시술 봉사를 시작했다. 그는 "국내에서 1000명이 넘는 어린이를 고쳐준 것으로 짐작하지만 정확히 세보지는 않았다"면서 웃었다.

한국의 경제 발전으로 국내 구순구개열이 많이 해결되면서 그는 사랑의 손길을 외국으로 뻗었다. 1999년부터는 후배 의사들의 권유로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에서 장애 어린이들을 무료로 돌보기 시작했다. 어려운 사정 때문에 조기 치료가 불가능한 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도움이 더 절실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 우즈베키스탄에 갔을 땐 현지 사정이 정말 막막하더군요."

현지에는 수술실 하나에 침대 몇개가 놓여 있는 것이 전부였다. 메스와 거즈, 마취제 등 수술에 필요한 비품은 모두 박 교수가 호주머니를 털어야 했다. 후배 의사와 간호사 등 10여명의 팀이 열흘 동안 현지에서 진료하는 데 5000만원이 넘게 들었다. 박 교수는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매년 동문들을 상대로 모금활동을 했다.

13년 동안 박 교수의 손을 거쳐 구순구개열을 고친 아이들이 700여명에 달한다.

박 교수가 봉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우즈베키스탄에는 이런 장애를 고칠 수 있는 성형외과 훈련을 받은 의사가 없었다. 박 교수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잡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격언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현지 이비인후과 의사 자피로프 무라시(42)씨를 국내로 데려와 레지던트 과정을 밟게 했다.

무라시씨는 고국으로 돌아가서 중앙아시아지역 성형외과학회를 만들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우즈베키스탄 정부에서 수여하는 최고 의료인 훈장(1등급)을 받았다.

박 교수는 "퇴임하면서 13년 동안 했던 봉사활동 조직을 후배에게 넘겨주고 나니 시원하기보다는 섭섭하다"면서 "나이 많은 의사지만 아이들에게 웃음을 돌려주는 봉사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