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발전기금

학교 소식
Home > 알림마당 > 학교 소식
연세대학교 발전기금과 관련된 소식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접하세요
기부 촉진 위한 法制 정비 필요하다_모교 사회과학대학 강철희 교수
등록일: 2011-09-06  |  조회수: 7,490

최근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통 큰 기부가 긍정적 조명을 받았다. 이후 김영선 한나라당 의원이 기부천사 노후 지원을 위한 일명 ‘김장훈법’을 발의한다 해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사회에 절실한 ‘나눔’이 이를 계기로 더욱 촉발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현대 가문의 기부는 재단 설립 및 운영이라는 기제를 통해 실행될 예정이고, ‘김장훈법’은 기본적으로는 노후연금이라는 예우 기제를 통해 실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기제 모두 한국 사회에서 아직까지는 다소 생소한 ‘계획기부’라는 큰 틀 속에 존재한다. 계획기부는 기본적으로는 사망 시점에의 사회로의 환원을 추구하기보다는 살아 있는 일정 시점부터의 사회로의 환원 실행이라는 속성을 갖는다. 제도상으로는 다음과 같은 속성을 갖는다.

첫째 여생 동안 기부에 따른 소득을 가질 수 있기도 하고, 둘째 기부에 따라 소득세·양도소득세·상속세 등의 감면 혹은 면제를 받을 수 있기도 하며, 셋째 기부원금의 금융시장에의 투자를 통해 기부결정 시점의 나눔보다 더 큰 규모의 나눔을 가질 수 있기도 하고, 넷째 기부 후 자신의 기부금에 대한 일정 형태의 통제권을 보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속성을 대표하는 계획기부 제도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기부금 가운데 일정 규모는 사회에 환원하고 나머지는 기부자가 지정하는 가족 등의 대상에 이전될 수 있게 하는 ‘자선신탁(charitable trust)’, 여생 동안 기부에 따른 일정 규모의 소득을 연금의 형태로 허용하는 ‘자선연금(charitable annuity)’, 기부와 금융시장에서의 투자를 결합시켜 기부한 기금의 운용을 통해 재단과 같은 기능이 가능할 수 있게 하는 ‘기부자조언기금(donor advised fund)’ 등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제도들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런 제도들을 실행하기에는 기존의 법적 장벽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법적 장벽을 하나씩 극복해 가면서 이러한 제도를 가능한 한 빨리 도입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런 계획기부의 잠재적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부자들과 관련돼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껏 부자들을 항상 꾸짖음의 대상으로 보면서 그들이 사회를 위해 알아서 번 것에 비례해, 혹은 가진 것에 비례해 기여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그 결과는 압력에 따라 면죄부 형식에서 기부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을 뿐이었다. 혹은 관련 기업을 활용해 기업 사회공헌 차원에서의 기부를 행하는 것을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즉, 꾸짖기 방식은 합리적인 선택에 따른 기부 행동, 더 나아가 가치와 철학에 기반한 기부행동의 유인제가 절대 되지 못한다.

부자들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들은 뜻이 생길 때 계획한 규모에 맞춰 좀 더 신중하고 현명하게 다양한 대안적 나눔 방식들 중 선택하는 것을 원할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하면서 개인의 상황과 사회적 기대 사이에서 윈윈을 가능케 하는 선택을 원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 나눔의 꽃으로 작동할 수 있는 부자들의 기부와 관련해서 지금까지의 기부제도는 그것이 가능케 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일정 규모 이상의 통 큰 나눔이라는 선택과 결정이 가능할 수 있도록, 즉 그러한 의향이 생성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벽을 낮춰주며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해 주는 것이 보다 현명한 길이다.

이러한 접근이 부자들의 나눔을 촉진시켜 계층 간의 신뢰를 제고하고 사회영역의 자원 기반을 강화해 대한민국이 균형잡힌 자본주의 사회를 향해 나갈 수 있게 하는, 보다 비용효과적인 방법이 아니겠는가.
  이전글 61년 만의 귀환
2011-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