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가 고향인 대학생 황진현 씨(22)는 지난 1학기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해 큰 고생을 했다.
올해 초 군제대 직후 기숙사 신청에서 떨어진 황씨는 대학 인근인 신촌에서 부랴부랴 하숙집을 구했지만 방 상태가 견디기 힘든 수준이었다. 월세는 45만원으로 한 학기 기숙사비 70여 만원보다 훨씬 비쌌지만 먼지가 자주 쌓이고 외풍이 심해 한 달 만에 방을 뺐다. 그나마 옮긴 곳은 방도 깨끗하고 만족스럽지만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이라 부담이 만만치 않다.
다음 학기 기숙사 신청을 다시 할 거라는 황씨는 "멀리 계시는 부모님께 방값을 받고 있지만 적지 않은 돈이라 늘 죄송할 뿐"이라며 "적어도 기숙사가 지방에서 올라오는 학생들을 수용할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아쉬워했다.
황씨와 같은 대학생들의 `주거난`이 등록금과 더불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이 앞다퉈 기숙사 건립안을 내놓고 있다. 이런 기류가 대학생 주거난 해소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54개 대학에서 다른 지역 출신 학생 비율은 30%(14만명)지만 평균 학생수용률은 7%(3만명)에 그치고 있다. 전체 지방학생 가운데 21%만 기숙사에 들어간 것으로 80% 가까이가 학교 밖에서 살 집을 구하는 실정이다. 괜찮은 자취방이나 하숙집을 구하기 위해선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하는 데다 가격도 만만치 않아 학생들은 대체로 기숙사를 선호하는 편이다.
연세대는 조만간 추가 기숙사 건립에 나선다. 대상지는 신촌캠퍼스 북쪽 녹지대로 서울시와 건립을 협의 중이다. 양측 모두 긍정적인 분위기로 학교 측은 규제 완화 정도에 따라 가능한 한 수용인원을 늘릴 방침도 세웠다.
지난 4월 서울 명륜동에 246명이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를 준공한 성균관대도 장기적으로 서울캠퍼스에 기숙사 2~3곳을 더 지을 계획이다.
대학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기숙사 설립에 나선 데는 지난달 초 제시된 서울시의 규제완화책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 신촌ㆍ홍대 지역 대학생들이 `주거네트워크`를 결성해 주거문제 해결을 요구했고, 서울시가 이를 수용해 `2014년까지 1만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짓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규제완화로 지방 출신 학생의 기숙사 수용률을 30%대로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도 최대 3500명 규모의 기숙사 7개동을 추가 건립하겠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이는 사실상 비수도권 서울대생 대부분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로 아직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규제 완화 방침과 맞물려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국토해양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기숙사 건립 자금을 저리로 대여하는 사업에 지난달 25일 경희대 등 4개 대학이 선정됐다.
대학 안팎에서는 공공부문과 학교가 기숙사 설립에 적극 나서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확한 실태 파악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엽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기숙사를 짓는 데 학생 수요파악이나 지리적 공간 확보, 자금 조달 등을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게끔 하는 분석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매일경제 윤재언 기자 / 조진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