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지한파(知韓派)'를 양산한 산실. 21일 오전 서울 연세대학교 백주년기념관에서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200회 졸업식이 열렸다. 1959년 국내 최초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을 거쳐 간 외국인과 재외동포는 지금까지 총 9만3229명. 이들은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사회와 문화를 깊숙이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대표적인 어학당 동문은 프랑스 출신으로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방송인 이다도시씨. 대학원에서 아시아 비즈니스를 전공하고 '서울올림픽을 치러낸 한국의 역동성'이 알고 싶어 1992년 어학당에 들어왔다. 이후 1996년 귀화해 한국인이 됐고, 현재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사업을 하고 책을 내는 등 한국을 알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와카미야 요시부미(64) 일본 아사히 신문 주필도 어학당 출신이다. 1981년부터 1년간 어학당에 다니며 한국어를 배웠다. 그는 1993년 한국과 일본의 정계와 재계, 학계, 언론계 인사가 참여하는 '한일포럼'을 창립하기도 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의 국회의원(참의원)이 된 하쿠신쿤(한국명 백진훈) 의원은 1986년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했다. 그는 2003년 일본으로 귀화했지만 재일교포의 지방참정권 확보에 나서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이 밖에도 연세대를 설립한 언더우드가(家)의 원한광 전 연세대 교수, 서울대 국악과 교수인 힐러리 핀첨성 등도 어학당 출신이다.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아이비리그 대학의 총장이 된 김용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 강상중 도쿄대 교수 등 재외 동포들도 어학당에서 모국어를 익혔다.
곽지영 연세대 한국어학당 교무과장은 "한국에 대한 식견과 애정을 지닌 해외의 지한파 학자나 정치인, 언론인 중에서는 유독 이 어학당 출신이 많다"며 "이곳을 거쳐 간 학생들을 통해 입소문이 나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나 우리말이 서툰 교포에게는 이제 필수 코스가 됐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남정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