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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대(聽松臺)를 거닐며 낙심의 소리 덜기
등록일: 2020-07-29  |  조회수: 135

청송대(聽松臺)를 거닐며 낙심의 소리 덜기

함께 만든는 청송대 푸른 숲 가꾸기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조심스럽다. 신선하고 좋은 공기는커녕 그저 몸을 해롭게 하지 않는 일상의 공기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모든 대면 행사는 취소 혹은 축소됐고, 배움은 비대면 수업으로 채우고 한 학기를 보냈다. 언제 코로나19가 종식될 지 알 수 없는 지금, 초록의 햇살과 함께 깊은 호흡으로 자연의 산소를 심장까지 느낄 수 있는 곳, 우리 대학교의 맑은 숲 정원, 청송대(聽松臺) 소개한다.

 

우리 대학교 정문에서 백양로를 따라 캠퍼스를 오르며 노천극장을 끼고 돌면서 마주하는 소나무숲이 청송대다. 전파천문대가 인접해 있어 미지의 별나라에 온듯한 기분이 든다. 여름 방학 중이라 평소보다 고즈넉한 청송대에서는 시원한 바람의 소나무 소리를 더 세심히 들을 수 있다. 낙심을 파묻고 힐링의 소리를 들으며 세상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사색하게 한다. 알다시피 푸를 청(靑)이 아닌 들을 청(聽)이다. 코로나19로 우리에게 절실한 ‘위로의 소리’가 필요하다면 청송대의 소나무 소리에 심취해 보자. 청송대 뒷길을 통해 노천극장 뒷문에서 중앙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은 우리 대학교의 아름다운 산책로이기도 하다.

 

 

청송대는 눈과 머리와 마음 구석구석을 씻어주는 숲으로 알려져 있다. 연희전문학교 때부터 동문 쪽으로 향해 난 뒷길은 유명한 데이트 장소로, 청송대의 다람쥐를 보면 애정이 깊어진다는 속설이 있다. 연인과 분위기 있는 대화를 나누며 밀회를 즐기던 곳이면서, 연고전과 축제 기간에는 모여서 떠들고 몰래 고기를 구워먹거나 모닥불을 피우기도 했다. 물론 금지된 행동이다.

이 숲에서 소나무 소리를 듣고 예찬하면 문학과 철학의 싹이 튼다. 연희전문학교 시절, 한국 문학의 보석 같은 수필을 남긴 이양하(李敭河, 1904년~1963년) 교수는 청송대에서 받은 감성으로 <신록예찬>(1947 이양하 수필집)과 <나무>(1964)를 썼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모든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 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 – 나의 모든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앉는다.” (<신록예찬> 중에)

 

여름과 낭만을 기대하기에 무거운 세상이어도 청송대에서 이양하 교수의 <신록예찬>을 읽어보면, 평안과 낭만이 차오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청송대를 예찬한 그의 글과 함께 이곳의 공기를 마시면 마치 다른 지구에 온 양 신선하고 포근한 위안이 가슴에 들어온다.

 

 

연희전문학교 농업실습지도원으로 근무하다가 광복 후 신생회를 조직하고 농촌운동에 헌신한 최태용 목사는 매일 청송대를 찾아 기도하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민경배 명예교수는 6.25 당시 서울을 탈환해야 하는 국군과 인민군의 격전지로 포탄을 맞고 불타서 사라진 청송대가 보여준 신비로운 재생 능력을 강의시간에 전했다. 아무도 청송대 숲을 재생하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자연적으로 소나무 숲이 재생된 것이다. 되살아난 청송대 나무들에는 전쟁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불타서 소멸되지 않고 스스로 이겨내 자라고 숲이 된 나무에서 민 교수는 청송대에서 자연의 힘을 느끼고 상처를 이기고 복원하는 신비를 느껴보라고 했다. 인간이 파괴한 역사에 많은 상처가 남아 있지만, 청송대처럼 흔적은 남아도 결국 복원된다는 것이다. 아름드리 나무의 뿌리 위에 전쟁을 이겨낸 흔적을 보면서 우리의 일상은 고통스러워도 생기 있게 되살아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청송대는 우리 대학교의 깊은 역사만큼 많은 소리를 수용한 곳이다. 2008년 9월에는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이 진행돼 데이트하던 학우들이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학생운동이 한창인 시절에는 학과마다 있던 풍물패 동아리의 요란한 연습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고, 동문으로 등교하는 길에 무예 동아리의 고함과 함성을 들을 수 있었다. 이따금 국악 동아리에서 신입 대금 연주자의 자세를 교정시키며 대금 소리가 처지면 어깨에 죽비가 작렬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 대학교에서는 청송대 푸른 숲 가꾸기 사업이 진행 중이다. 청송대의 기능을 재조명하고 더 푸르게 복원해 사색과 명상의 공간, 휴식과 치유의 공간, 문화와 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한다. 최근 10년의 강풍, 폭우 등 자연재해와 병충해로 입은 피해를 회복시키고, 의자 테이블 등 낙후된 편의시설을 개선한다. 또한 연못과 개천을 기준으로 숲의 공간이 연계와 소통을 이루도록 물길을 복원하고 음향, 조명, 예술 조형물, 분수를 조화롭게 설치해 산책로를 정비하고 소규모 공연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숲의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존하고 기존 환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에 있다.

 

청송대 푸른 숲 가꾸기 사업은 2021년 4월까지 설계, 모금, 시공 단계를 거쳐 우리 대학 136주년 창립기념일인 2021년 5월 8일 봉헌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사업 의견 제안, 스토리 공모전, 기부 참여 등을 홈페이지(https://forest.yonsei.ac.kr)에서 안내 받을 수 있다.